안녕! 척척이 여러분!
오늘 들고온 리뷰는 힐링물의 정석! 동화공방의 수작! 가슴이 뭉글뭉글해지는 (당시)분기 최고의 힐링물!
'방과 후 제방일지' 되시겠다!
휴. 억지로 텐션 높이려니 힘들다. 글 텐션 높이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방송인들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언제나 그렇듯 리뷰 이전에 잡설부터 해야겠다.
오랜만에 포스팅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오랜만이라 이전에 어떤 방식으로 포스팅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마지막 포스팅을 보니 12월 13일이다.
따라서 9개월 만에 포스팅을 하는 것이다리우스.
물론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래도 변명을 좀 하자면...
그동안 글을 쓰기가 너무 싫었다... ㅠ
나는 9개월 동안 하루에 7000자 이상은 무조건 썼다. 그러니까 총 200만자 가까이 쓴 셈이다.
쓰고 쓰고 쓰다보니까, 뭔가 소설이 아닌 다른 곳에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뭐랄까. 기저에 약간 이런 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
글이라는 건 어쨌든 창의성의 발로다.
그래서 포스팅에 내 창의성을 써버리면, 실제 글에선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깨달음을 얻었다.
글은 쓸 수록 는다는 것. (근데 '는다는' 이거 왤케 어색하죠? 보고 있으면 게슈탈트 붕괴가 올 것만 같아.)
예전에 나는 한 문장을 써도 의미있게 쓰려 노력했다.
멋진 문장에 천착되어 있었다고 할까.
근데 최근 들어서 느낀다. 글을 그냥 많이 쓰는 게 정답 같다. 시라면 모르겠지만 산문은 특히 그렇다. 미친듯이 쓰면. 그냥 는다. 늘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해 할 말은 많지만 너무 구구절절 떠드는 것 같아 생략한다.
그럼 본격적인 리뷰 간다.
그 전에... 이 한 마디는 꼭 먼저 하고 가야겠다!
나츠미쨩 카와이이이!
미안하다. 사실 이거 말하려고 어그로 끌었다. 호카다 나츠미. 16세. 쾌녀. 특징 : 사랑스러움.
각설.
보면 알겠지만 일단 작화가 너무 깔끔하다.
뭔가 지나치게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찾아봤는데 제작사가 동화공방이었다.
역시 동화공방이다. 실망시키지 않는다.
유루유리나 우마루도 작화가 좋다고 생각했다. 이 제작사, 힐링물 하나 만큼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또 마찬가지로 동화공방 제작인 최애의 아이를 보면서는 연출이나 구도에 참 많은 감탄을 했었다.
이 작품도 여지없이 연출과 구도가 좋다.
차설.
이 제작사는 힐링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방과 후 제방일지는 제목 그대로 여고생이. 방과 후에. 낚시하는 만화다.
보통 소재가 단순하면 재밌게 만들기가 힘들다.
단순한 소재로는 극적인 분위기나 스펙타클한 긴장감 같은 것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긴장감이라는 말은, 몰입감이라는 말과 거의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힐링물이, 더더욱 일상 힐링물이 정말 어렵다.
힐링물에서 무거운 긴장감은 독이다. 그런데 긴장과 갈등이 없으면 보통 몰입이 잘 되질 않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잘 풀어나간다.
사실 그것이 실력이다. 가장 단순한 소재에서도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것 말이다.
우선 캐릭터의 조형부터 신경 쓴 티가 난다.
미친 맥주 애호가에 대책없는 성격의 보건 선생님부터.
말괄량이 나츠미. 또 한량 부장과 글래머면서 수줍음 많은 안경캐.
사실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재미를 줄 수 있다.
캐릭터 간에 소위 말하는 '케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창작물이건 이 케미가 정말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역발산 기개새의 미친 무력과 피지컬 그리고 정통성 있는 핏줄의 항우와, 술꾼에 한량에 개새끼지만 유능한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유방이 있다고 치자.
사람들은 항우의 일대기나 유방의 일대기를 그닥 궁금해하지 않는다.
모두 알겠지만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과연 저 두 놈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것이다.
즉 케미다. 이 애니는 바로 그 케미가 좋다. 힐링물은 인물들 간의 케미를 보는 맛에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제작사는 지켜야 할 것들을 착실히 지키고 있다. 기본기가 좋은 느낌.
기본기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다.
어쨌든 이 애니의 소재는 여고생 + 낚시 + 요리다.
요리는 그렇다 쳐도 낚시는 낚시를 하지 않는 사람에겐 낯선 문화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창작물에선 정말 필연적으로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
죠죠에서 스피드왜건이 주절대는 것도, 드래곤볼에서 야무치와 피콜로가 기술을 설명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슬프게도 만드는 입장에선 설명이 들어가는 순간 무조건 지루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예 모르는 독자조차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뭐, 그것도 이 애니는 잘 헤쳐나간다.
낚시와 요리에 대한 설명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날려버린다.
특히 낚시 지식에 관한 부분은, 보는 사람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대화 형식으로 풀어나가며, 도식 또한 친절하다.
결론.
대작은 아니지만 수작이다.
힐링물에 대작이라는 평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대작이라고 봐도 좋다.
여고생. 낚시. 힐링물. 셋 중 하나만 좋아해도 분명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잡설 타임.
이 애니는 너무 예전에 본 거라 리뷰를 안하려고 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오늘 리뷰할 건 그나마 최근에 봤던 슬로우 루프였다.
근데 보다 보니까 방과후 제방일지랑 너무 비슷해서, 더 수작에 가까운 이 애니 리뷰로 노선 변경했다.
예전 기억으로 쓸 순 없으니 어제 다시 정주행했다. 히히.호호.하하.
마지막으로 애니에 나왔던 요리 몇 개 올리고 포스팅 마친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요리 비중을 좀 늘려줬으면 싶긴 했다.
요리 과정도 거의 다 생략하고, 요리 작화에는 조금 덜 신경 쓴 게 느껴졌다.
방과 후 제방일지 ★★★★
예? 여고생들이 방파제에서 낚시해서 요리해 먹는데 어떻게 안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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