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척척이 여러분들과 나는 꽤 먼 길을 걸어왔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이번 포스팅에서 마지막 자연철학자에 대해서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는(https://gongja.tistory.com/5) 밑 부분을 참조하면 된다.
자연철학은 이제 여기서 끝이다.
서두는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가버렷!
아낙사고라스(BC 500~428)
포스팅 제목은 데모크리토스인데 왜 갑자기 이 양반이 등장하냐?
설명할게 많이 없어서 제목에는 그냥 안적었다.
어차피 죽은 양반이니 내게 섭섭해할리도 없으니 다행이다.
잡설은 여기까지.
선요약하자면 아낙사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을 어떤 종자라고 보았고, 그것들에 작용하는 힘을 누스(Nous)라 생각했다.
여기서 누스(Nous) 는 '정신'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이 철학자는 세상 만물에는 각자 그것들을 이루는 핵심적인 씨앗이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씨앗은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어떤 것'이다.
가령 사람의 씨앗에서 사람이 생긴다.
이 경우 씨앗은 아마 아버지의 정자 속에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나무의 씨앗에서 나무가 자란다.
이게 아마 생각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책의 유명한 구절이 떠오른다.
"봄은 도토리 속에 있습니까? 도토리 속에는 분명 봄이 있습니다만."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대사였다. 역시 세상은 문과가 지배한다.
설명을 이어가자면 물의 씨앗에서 물이 나온다.
물의 경우에 아낙사고라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물의 씨앗엔 흙 불 공기 물의 모든 요소가 들어있지만 그중 물의 특성이 가장 두드러지기에 물이 된다. 라고.
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그냥 이해하자.
2300년쯤의 미래인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보고 미개하다고 하면 기분이 나쁠테니까.
아무튼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씨앗들이 있다는 말인데, 씨앗은 씨앗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작은 도토리는 어떤 힘에 의해서 그렇게 커다란 밤나무가 된다.
그리고 아낙사고라스는 씨앗을 발아하게 하는 그 힘을 '누스(Nous,정신)'이라 칭했던 것이다~
즉 세상은 씨앗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씨앗이 품고 있던 가장 큰 특성에 의해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데모크리토스 (BC 460~380)
개인적으로 자연철학자들 중 top3는 파르메니데스, 데모크리토스, 헤라클레이토스 가 아닐까 한다.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파르메니데스의 존재론과 인식론, 그리고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현대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특히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후에 '유물론'이라 일컬어지는 위대한 사상의 기반이 된다.
일단 선요약부터 하겠다.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이 원자(a-tom)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말하길 이 원자란 동그란 형태고, 크기가 너무 작은 탓에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수가 무한하다고 주장했다.
듣자마자 어? 이거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원자아냐? 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사실 맞다. 거의 비슷한 개념이라 보면 된다. 실제로 원자라는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그런데 여기까지 들으면 위에 잠깐 언급했던 아낙사고라스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아낙사고라스는 분명 세상의 근원이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 씨앗이라 했다.
씨앗과 다른 점은 데모크리토스가 주장한 원자는 딱 하나의 알갱이(원자)만 있다는 점이다.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이 원자가 전부라는 말이다.
이 원자들이 어떤 우연이나 힘에 의해서 뭉치고, 흩어지고, 결합하고, 쌓이고, 어떤 특정한 배열을 이루면 그것이 물질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쾌활함.
나는 위에서 데모크리토스가 현대의 유물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영향을 끼친 분야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윤리학이다.
데모크리토스는 상당히 유쾌하고 웃음이 많은 철학자였다고 알려져 있다.
겉모습처럼 속도 유쾌한 사람이었는지 이런 말을 남긴다.
삶의 궁극의 목적은 쾌활함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들이 잘못 배우고 받아들였듯 쾌락과 같은 게 아니다. 쾌활함에 따라 잠잠하고 고요하게 영혼이 지내는 것이며, 어떤 두려움, 미신 혹은 다른 어떤 상태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 접어든 것을 데모크리토스는 안녕(euesto)이라 불렀다.
실제 우리가 쓰는 안녕~!의 의미가 이거 맞다.
한국어는 역사적으로 보면 엄청나게 최근에 만들어졌기에 다른 문화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참고로 원자론을 주장한 철학자 답게 이 같은 안녕의 상태 역시 원자가 안정된 상태로 보았다.
(유물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유물론은 정신을 배제하고 물질적 가치만 추구하는 이론이 아니다. 다만 유물론에선 정신 또한 물질과 완전히 배제되어 있지 않다고 말할 뿐이다.)
이쯤에서 마르크스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잡설을 좀 하자면 우리에겐 공산주의자로 알려진 마르크스는 사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영향력 있는 철학자다.
다만 당시의 한국은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대립 때문에 마르크스의 책이 금서로 정해지고, 사상을 박해 받았을 뿐이다. (그때 공산주의 진영으로 들어갔으면 지금 이 포스팅도 못 쓰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BBC의 '지난 1000년 간 가장 위대한 철학자는 누구인가' 라는 설문조사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각설하고, 아무튼 마르크스는 데모크리토스와 후대의 에피쿠로스 학파를 비교했다.
물론 그의 논문이 같음을 주장한 건 아니고, 마르크스의 논문을 기반으로 장 살렘이 주장한 것이긴 하다.
척척이들은 혹시 쾌락주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나는 중학교였나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들어본 것 같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쾌락이 인생의 목표라 여기는 주의다.
(여기서 말하는 쾌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질적 쾌감, 섹스 같은 것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설명하기엔 너무 길다. 나중에 고대철학 쪽에서 나오니 기다려달라...)
인생의 목적은 쾌락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이런 주장을 했던 게 바로 위에 말한 에피쿠로스 학파이며, 쾌락의 궁극적 형태를 아타락시아(Ataraxia)라 불렀다.
아타락시아는 쉽게 말해 마음의 부동심이나 평정심이다.
그러니까 걱정이나 고민, 근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고 평온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자 멀리 돌아왔지만 눈치 빠른 척척이들은 감이 왔을 거라 생각한다.
이 아타락시아, 위에서 데모크리토스가 말했던 안녕이라는 개념과 굉장히 비슷해보인다.
사실 비슷한게 아니라 거의 똑같다.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결국 이 원자론이 윤리학의 핵심인 쾌락주의로 이어지고, 이 쾌락주의가 다시 근대 시민 윤리의 가장 근본이 되었던 공리주의로 이어진다.
정리 한 번 하겠다.
데모크리토스는 쾌활함이 인생의 목표이며 가장 쾌활한 상태를 '안녕'이라 했다.
-> 이 안녕은 후대에 윤리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아타락시아'에 영향을 끼쳤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다시 근대 공리주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후... 손목 아프다... 쓰다보니 생략하고 생략했음에도 꽤 긴 포스팅이 됐다.
그리고 이게 철학이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한 철학자나, 혹은 한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이전 철학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나 철학이나 다 똑같다.
모든 문제를 절대 개별적으로 볼 수가 없다.
실처럼 각종 문제들이 얽히고 꼬여있다.
하지만 꼬인 실타래를 점점 풀고, 마침내 따라가던 실의 끝단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분명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첨언하자면, 나는 적어도 풀린 실타래만 가지고 아는 척을 한다.
실타래를 푸는 식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버릇을 들이면, 아는 척은 할 수 있으면서도 헛똑똑이 소리는 피해갈 수 있다.
항상 포스팅 후반에 적는 내 사유까지 적으려니 너무 길어진다.
쿨하게 다음 포스팅으로 넘기겠다.
술 마시러 간다. 그럼 20000.
3줄 요약.
1.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론을 최초로 주장한 자연 철학자다~
2. 현대에도 자주 쓰이는 개념인 유물론의 시초가 바로 이 원자론이다~
3. 그 외에도 데모크리토스는 '안녕'이라는 개념으로 윤리학 부분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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