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사 정리/서양 철학사

헤라클레이토스와 가수들의 표절 논란

by 공자- 2023. 9. 3.
반응형

전 시간에 우리는 피타고라스까지 알아보았다.https://gongja.tistory.com/16

 

또 그들이 만물의 근원을 찾는 자연철학자 임도 이제 알게 됐다.


지금부터 설명할 몇몇 철학자들도 자연철학자로 불린다.

다만 앞서 소개한 밀레토스 학파나 피타고라스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보통 2세대 자연철학, 그 전까지는 1세대 자연철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왜 다른지는 지금부터 설명할테니까 차분히 따라오세염.

헤라클레이토스 (BC 535~475)

 



헤라클레이토스 (BC 535~475)


이 시기 철학자들은 앞서 1세대 철학자들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헤라클레이토스 역시 만물의 근원을 찾으려 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1세대가 근본적인 물질에 주목했던 반면 이 양반은 '변화'그 자체에 관심을 두었다.


듣자마자 무슨 말인지 애매하다. 

일단 두괄식으로 한 번 헤라클레이토스의 주장부터 짚고 넘어가자.
 
 
헤라클레이 토스의 주장은 이렇다.

[세상을 이루는 근원은 불이다.]



이전 철학자들과 비슷하게 근원을 하나로 정의하긴 하지만 이 문장을 전처럼 받아들이면 안된다.

여기서 말하는 불이란 '변화'에 가까운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중세 시대의 여관에는 (아마 tavern이 정확한 개념일 듯 싶지만 넘어가자) '영원한 스튜'있었다고 한다.
'영원한 스튜'가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이로리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 쉽다.
 
 
귀멸의 칼날에서 보면 이 위에 냄비 얹어 놓고 전골 같은 걸 자주 해먹는다. 낭만 뒤진다...



영원한 스튜는 이런 식으로 화로에 냄비를 놓고, 여관 주인장이나 여행객들이 물이나 식재료를 계속해서 추가한다.


각자 가지고 온 재료들을 집어 넣으면서 만드는, 말 그대로 영원히 끓는 스튜이다.
 


조금 전에 나는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하는 불이라는 것은 변화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이 스튜를 보자.
 
이 영원한 스튜도 결국 하나의 물질이다.
 
당신이 만약 자연철학자라면, 이 스튜의 근본 물질 역시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먼저 당신은 여러가지 재료들 중 하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근(우윀), 양파, 고기 등등.

그것들이 아니라면 냄비라고 할 수도 있다.
 
 
탈레스라면 어떨까?
 
당신이 이전 포스팅을 봤다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탈레스는 아마 물이 스튜의 근본이라고 했겠지.


눈치가 빠른 사람은 내가 왜 이런 예시를 들었는지 슬슬 눈치챘을거라 본다. (이래서 눈치빠른...생략)

헤라클레이토스는 여기서 다름 아닌 불이 가지는 끊임없는 변화의 힘에 주목한 것이다.
 

스튜 자체는 그저 여러 재료들의 조합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스튜라고 불리는 이유는 불이 그것을 변화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불은 스튜라는 물질의 수단이자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바로 이런 수단이자 원리. 혹은 변화를 로고스라고 불렀다.
 
 
로고스.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꼽자면 무조건 1등이다. 
 
대한민국은 1등만 기억하니 이 단어 역시 잘 기억해두시라.
 
물론 로고스는 헤라클레이토스 본인이 직접 명명한 건 아니다.
 
후세에 붙였지만 아무튼 이런 그의 생각은 서양철학사를 몇 천년 동안 지배한 중요한 개념을 만들었다.
(그 전꺼 잊지 않으셨죠?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이원론적 세계관 읍읍...)


로고스라고 하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밀레토스 학파를 설명하면서 이미 살짝 설명한 단어이다. 
 
 
 
하지만 로고스라는 단어가 어렵다면 그냥 이성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자.

사실 그렇게 알아도 크게 문제 없으니까. (異性아니다 理性이다. 가만 보면 표음문자가 좀 불편할 때가 있다.)


아무튼 이 로고스라는 개념이 수 천년간 서양철학을 지배하게 된다.
 
변화와 로고스. 헤라클레이 토스는 그 두 가지 키워드만 알고 있으면 된다.
 
이까지 알게 됐으면 이제 이 양반에 대해서 거의 다 알았다고 보면 된다.

 
자, 새로 알게 된 단어들과 지식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독자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끝내고 싶다.
 
스크롤 두 번으로 끝나는 철학사를 지향하니까.


하지만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을 대강이나마 설명하는데 있어서 그의 핵심적인 말 두 가지는 짚고 넘어가보자.
 
 
1.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여러 사유가 떠오르는 재미있는 말이다.
 
아마 어디선가 들어 봤을 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말이라.

(여기에 대해 나중에 플라톤이 판타레이라고 한 것 만물유전설에 관한 내용은 다 생략하겠음 의미도 없고 너무 길어짐)


풀어 쓰자면 강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으니까 아무리 같은 위치에 발을 담궈도 처음의 강물은 하류로 흘러가버렸으며, 다시 발을 담군 강물은 이전과 같은 강물이 아니라는 말.
 
간단하게 말해서 모든 것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깊은 해석은 생략하겠다.

왜냐하면 철학자들의 알쏭달쏭한 질문들은 사람에 따라 해석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장난식으로 철학자들을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므로 각자가 사유해보는 걸 추천한다.
 
 
2."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같은 것이다."
 
 

쉽게 풀자면 모든 것은 대립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변증법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단어만 들어도 두통이 오는 분들이 많을테니 생략한다. 물론 나중에 관련 철학자 나올 때 설명함)


이런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고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의 생각을 좋아하는 편이다.
 
의미를 점점 확장시켜 볼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빛은 어둠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크다는 개념은 작다라는 개념이 있어야 알 수 있는 것이고.

배부름이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배고픔이 나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각각 철학의 3대 카테고리인 존재, 인식, 윤리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서 예시를 들어 보았다.)

즉 어떤 대립된 것이 없다면 우리는 나머지 한 쪽을 제대로 인식할 수 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가?

역시 내가 해석을 하지는 않겠다 각자 생각해보시고 댓글에 남겨주셔도 좋을 것 같다.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해서는 정말 이 정도만 알면 충분하다.



알쓸신잡. 테세우스의 배.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에서 나는 곧장 태세우스의 배를 떠올렸다.


일단 이게 뭔지 대략 설명한다.


여기에 영웅 테세우스가 타던 배가 있다.
 
첫 번째 제시점은 이렇다.
 

1. 항해가 끝난 뒤 영원히 정박한 배가 점점 낡아 갔으므로 배의 부품을 하루에 하나씩 바꿔나갔다.

2. 결국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배를 이루고 있던 부품은 하나도 남지 않고 배는 모두 새로운 부품으로 바뀐다.

3. 그럼 이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두 번째 제시점이다.

ㄱ. (홉스가 던진 질문) 낡은 부품들을 버리지 않고 그것을 이용해 배를 만들었다.

ㄴ. 그럼 이렇게 만들어진 배와, 새로운 부품으로 완전히 대체된 배 중 진짜 테세우스의 배는 무엇일까.
 
 
따로 해석을 달진 않겠다 스스로 생각해보시라.

다만 이 얘기의 키워드는 본질이나 정체성, 혹은 변화와 같은 것이다.
 

나는 가끔 유튜브에 올라오는 아티스트들의 표절 문제를 보고서 이 사상을 떠올리곤 한다.


아이유나 유희열, 혹은 이무진 등등 수 많은 사람들이 표절로 욕을 먹고 있다.

(아무튼 2023년에는 그랬다. 미래에서 온 사람들아.)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A라는 곡과 멜로디 라인이 1% 일치하면 표절일까?

아마 그렇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 30%는? 50%는? 99%는? 아마 퍼센테이지가 중간 쯤 일수록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답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분이 본능적으로 순수함,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사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99%가 같은 곡이라면 아마 표절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적어도 '어떤 곡과 99%일치 할 때 표절' 이라는 본인의 기준 하나는 세운 셈이다.
 
태세우스의 배 문제와 똑같다.
 
어떤 기준이 없다면 우리는 어느 쪽이 테세우스의 배인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똑같아야 표절인지도 가릴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기준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반드시 애매모호한 지점이 발생할 것이다.

98%..97%..96%...70%...
 
바로 그 애매모호한 시점이 당신에게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순간이다.
 
그리고 인구 수만큼의 철학적 사유가 있기에 우리는 보통 '사회적 합의'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점이 바로 철학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고민하는 힘과 사유하는 힘이다.


일견 아무런 쓰잘데기 없는 망상 같지만 이렇게 개념을 확대 해보면 어떤가.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럴듯한 게 아니라 사실 중요한 문제다.

법은 사회적 합의의 결정체이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는 그 사회를 이루는 시민들의 철학적 사유가 전적으로 반영된다.
 
수준이 반영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도덕도 윤리도 법도 개념도 언어도 인간도 결국에는 전부 철학적 사유의 결과물이다.

 
말이 좀 빙빙 돌았다.

내가 하고 싶은 주장은 사실, 나는 표절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아주 깊은 사유를 했지만 너무 길어지므로 여기서는 쓰지 않겠다.



또 태세우스의 배 같은 경우 언급한 것 외에도 여러 수 많은 질문을 파생시킨다.


1. AI기술의 발전으로 내 뇌를 인공지능으로 조금씩 대체한다면. 
 
그래서 결국 100%로 대체 되어 버린다면 그때도 나는 여전히 나 인가?


2. 혹은 팔이 나인가? 심장이 나인가? 뇌가 나인가? 목 위부터가 나인가? 등의 질문.


3.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는 1년에 90%정도가 완전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

그럼 1년 전의 나는 나 인가? 
 
등등 재밌는 질문들이 많다.


*


그럼 여기서 여러분들은 어떤가? 
 
이런 사유들을 모조리 말장난으로 치부하고, 혹여 생각해보려는 사람을 개똥철학이라며 비하하진 않았는가.

혹은 반대로 개똥철학이나 중2병이란 말이 듣기 무서워서 스스로 이런 사유의 힘을 억누르고 있지는 않았는가?

(적고보니 이거 말투가 왤케 꼰대 같지;;)
 
생각해볼 문제다. 그러니 생각해보시라.
 
 
**********
 
어지럽다.
 
좀 두서없지만 취했으니 포스팅은 여기까지다. 
 
그렇다. 포스팅의 길이는 내가 얼마나 취했느냐에 따라 갈린다.
 

사실 헤라클레이토스 같은 경우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해서 2편으로 나누고 싶었는데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

더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거나 요청이 있으면 2부 따로 만들겠다.


이 양반은 오묘한 질문만 던지다가 훌쩍 가버린 양반이라 재밌는 사유의 재료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

모르겠고 너무 길어졌으니 3줄 요약 갈긴다.


3줄 요약


1. 헤라클레이토스는 2세대 자연철학자로서 만물의 근원이 불 이라고 주장했다~


2. 이 불은 불 자체가 아니라 변화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것이다~


3. 서양 철학사를 몇 천년간 지배한 '로고스'라는 개념, 이 양반이 만듦~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