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이들과 나는 꽤 먼 곳까지 달려왔다.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고 싶다면 https://gongja.tistory.com/5 참조.)
마침내 우리는 자연철학을 끝냈다.
그리고 본격적인 철학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까지 와버렸다. 두둥-!
참고로 고대철학은 위 링크에 나와 있는 것처럼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하려 했으나...
아무래도 사회 분위기나 여러가지 재밌는 점들이 많아서 소피스트부터 짚고 가기로 결정했다.
오늘도 잡설부터 시작.
그런데 왜 철학사를 정리하는데 뜬금없이 카리나가 나오느냐?
언제나 그렇듯 다 이유가 있다.
콕 집어 말하자면 나는 딱딱한 철학사를 줄줄 읊기 싫다.
진지하게 철학사를 공부하고 싶으면 관련 서적을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힐쉬베르거나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추천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나무위키에 한명 한명 검색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현재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와닿는 철학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포스팅하고 있다.
역사상 수 많은 철학자들과, 수 많은 철학들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그것들을 암기 식으로 외우는 건 현대인들에게 전혀 와닿지 않는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나 데카르트의 본유관념, 현대에는 현상학의 감각질까지.
이런 것들을 알고 있어봤자 실제 우리 삶에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도움이 된다.
여지껏 내 포스팅을 쭉 봤다면 알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은 오래전 철학 사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쓰기가 힘들다.
어떻게 예전 철학적 개념들이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것에 도움이 되는지 연관 시키기란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카리나를 가져왔다.
잡설은 여기까지. 본격적으로 고대철학 스타트 한다. 고고.
고대철학
소피스트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시대적 배경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단언컨데 소피스트에 대한 포스팅이라고 해서 주요 철학자 몇몇과 명언 몇 개를 적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
흐름을 파악하는 게 가장 먼저이고, 반대로 그 흐름을 잡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아무튼 배경을 모르면 이해가 어렵고, 이해가 어려워지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며,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 배우기 싫어진다.
자, 우리는 지난 포스팅에서 자연 철학자들에 대해 알아 보았다. (https://gongja.tistory.com/27)
여태 잘 따라온 척척이들은 이제 자연철학의 핵심 사상이 뭔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철학은 한 마디로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철학이다.
그리고 이번에 배울 고대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에 대해 파고든 철학이다.
일단 위의 지도를 한 번 보자.
선요약을 한 번 하고 들어가겠다.
고대 철학은 보통 기원전 6세기 정도부터~ 기원후 5세기 정도까지 저 그리스 부근에서 일어난 철학 활동을 뜻한다.
자연철학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헷갈리면 이전 포스팅에서 연도를 찾아보면 된다.
이 시기에 대해서 잠깐 설명해보겠다.
우선 아테네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상당히 부유한 사회였다.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스는 부유했다. 단순하게 말해서 먹고 살만해지니 철학이 싹텄다고 볼 수도 있다.
더불어 부와 권력이 모이자 자연스레 민주주의가 탄생하게 됐다.
아마 학창 시절에 어렴풋이 배웠을지도 모른다.
그리스의 민주주의란, 여성과 노인을 배척한 불완전한 민주주의로써... 아고라 광장에 모여... 도편 추방제.... 등등
뭐 좋다. 암기식 교육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더럽게 재미가 없을 뿐이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시대는 말 잘하는 놈이 출세하는 시대였다.
당시의 민주주의란 다수결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즉, 당신이 어떤 부당한 일을 겪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때 당신이 말을 못하고 어버버- 거린다면...
분명 재판에 참여한 사람들은 당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당시 사회에 전문적인 변호사가 있을 리 만무했다.
분쟁과 소송은 많은데 변호사가 없다? 무조건 본인의 말빨로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이 말이다~
옛날 한국에서 자식들을 웅변 학원에 적극적으로 보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의 모든 민주주의란 초창기에 다 이런 식이다.
자.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우리 소피스트 형님들이 등장하신다. 두둥.
위에도 말했지만 고대 그리스는 스스로 변호해야 하는 사회였다.
그래서 웅변술, 수사학, 법률 지식, 또는 논쟁에서 이기는 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지금 일타강사가 있듯이, 이때 인류 최초로 돈을 받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친 사람들이 등장한다.
모두 예상하겠지만 그들이 바로 소피스트들이다.
소피스트
왼쪽부터 프로타고라스 - 고르기아스 - 트리시마코스다. 이제부터 우리가 알아갈 소피스트들이다.
본격적으로 프로타고라스부터 설명하기 이전에 소피스트가 무엇인지 간단하게만 알고 들어가자.
위에서 나는 소피스트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변호사가 없으니 스스로를 변론해야하고, 그러니 변론의 기술을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했다.
어? 필요가 발생했네? 수요가 있으니 자연히 공급이 뒤따랐다.
쉽게 설명하자면 소피스트들 돈을 받고 논쟁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쳤던, 일종의 지식인 집단이다.
그런데 잠깐만, 이 소피스트라는 사람들은 어디서 불쑥 나타난 걸까?
주변에서 왔다. 물론 아테네 출신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주변에서 건너왔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스스로를 변호하고, 민회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선 말을 잘해야 하는 시대였다.
당신이 명망있는 집안의 자제라면, 한 번의 실수로 고발당한 채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귀족들은 수업료를 얼마나 내더라도 자식들에게 웅변술과 수사학을 가르치고 싶어했다.
수요가 발생했다. 그것도 고급 수요가, 당연히 공급이 발생할 차례다.
그렇다. 돈 냄새를 맡은 지식인들이 수없이 아테네로 몰려들었다.
다만 지금 생각과 다르게 그들이 사람들을 가르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은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당시 그리스인들은 남을 가르치는 일은 노예나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피스트들 역시 국가에 예속된 노예들이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목화밭에서 채찍을 맞으며 노역하는 그런 이미지의 노예는 아니다.
이 시대의 노예란 사실 일반 시민들과 그리 위상의 차이도 없었다. 알쓸신잡으로 알아 두라는 의미에서 적었다. ㅎㅎ
쓰다보니 포스팅이 너무 길어졌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소피스트들의 소개는 2편으로 넘긴다.
아, 카리나 얘기는 아마 마지막 쯤에 내 생각을 정리하며 등장할 것 같다. 꽤 중요한 얘기다.
끗-
3줄 요약
1. 고대 그리스는 부유한 국가였고, 먹고 살만하니 철학과 민주주의가 싹텄다.
2.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말빨이었다.
3. 그래서 상대방과의 토론에서 무조건 이기는 법을 가르쳐주는 소피스트들이 등장했다~
'철학사 정리 > 서양 철학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르기아스 - 허무한 인생 (0) | 2023.10.12 |
---|---|
데모크리토스. 행복해지고 싶은 현대인들 (2) (0) | 2023.10.03 |
데모크리토스. 행복해지고 싶은 현대인들. (1) (1) | 2023.09.28 |
엠페도클레스와 4원소설 (1) | 2023.09.24 |
파르메니데스. 늙어가는 당신을 위해. (0) | 2023.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