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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 정리/서양 철학사

엠페도클레스와 4원소설

by 공자-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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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번의 포스팅에서 (https://gongja.tistory.com/18)우리는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에 대해 알아 보았다.

 

까먹었을 게 분명하니 주요 골자에 대해 한번 다시 짚고 넘어가 보자.

 

 

2세대 까지의 자연 철학자들

 

먼저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까지를 보통 우리는 2세대 자연 철학자들이라고 한다. 

 

1세대와 마찬가지로 만물의 근원을 찾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다만 2세대의 대표 철학자 두 명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두 명의 사상이 극렬히 대립 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의 근원을 '변화'로 보았다.

 

그리고 파르메니데스는 '변화'란 없다고 주장했다.

 

뭐든지 대립구도가 생기면 재밌어진다. 

 

철학이건 역사건 사회건 소설이건 영화건 다 똑같다.

 

굳이 이 말을 왜 했냐면 앞으로 나올 사람들, 즉 3세대 자연 철학자들은 양쪽의 대립된 의견을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다.

 

우선 그중 엠페도클레스에 대해 가장 먼저 알아보기로 하자.

 

엠페도클레스(BC 490~430)

 

왠지 모르게 자상해 보인다. 이래서 인상이 중요한 건가?

 

먼저 말하자면 엠페도클레스는 기본적으로 파르메니데스의 의견에 찬성하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파르메니데스에게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 제자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두 철학자가 변화가 있니 없니 열심히 싸울 때 스승의 편을 드는 건 당연했을 것이다.

 


4원소설


엠페도클레스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세상은 물, 불, 흙, 공기. 즉 이 4원소들이 이리저리 형태를 바꾸며 존재하는 것이다."

 

약간 익숙하다. 우리는 이것과 비슷한 문구를 많이 보아왔다. 

 

물! 불! 땅! 바람! 그리고 마음!

지금도 여러 창작물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RPG게임을 해 본 남자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이템에는 보통 속성이 존재한다. 

 

최근에 나온 '엘리멘탈'(재밌게 봐서 리뷰할 예정)도 같은 맥락이며 그게 아니더라도 이런 사상은 현재에도 여러 곳에 퍼져 있다.

 

이와 같은 모티브들이 바로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에 기반한 것이다.

 

사상의 융합

 

앞서 나는 엠페도클레스를 시작으로 하는 3세대 자연 철학자들의 특징을 말했었다.

바로 2세대 철학자들의 대립된 의견을 전부 수용한 것. 

 

엠페도클레스의 의문은 이런 것이었다.

 

굳이 '무'를 가정하지 않고도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파르메니데스는 불가능하다고 할 테고, 헤라클레이토스는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면 엠페도클레스는 "궁극적인 요소들은 변하지 않아도 그 조합이 바뀐다." 는 중재안을 내 놓았다.

 

그 궁극적인 요소란 위에서 말했듯 물 불 흙 공기다. 

 

즉 바뀌지 않는 것도 있고, 바뀌는 것도 있다는 식으로 적절히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어라?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전의 철학자들은 전부 만물의 근원을 단 한 가지로 봤다.

 

예를 들면 탈레스는 '물'이라고 했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라고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엠페도클레스는 무려 네 가지나 되는 근원을 주장했다.

 

그래서 후대에선 엠페도클레스를 '다원론자' 그 전의 자연 철학자들을 '일원론자'라고 부른다.

 

굳이 더 설명하진 않겠다 단어만 봐도 느낌이 확 오니까. 

 

4원소설

얼핏 보기에도 참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세상이 왜 물 불 흙 공기로만 이루어져 있단 말인가? 

 

우리 주변에는 컴퓨터도 있고, 담배도 있고, 인간도 있고, 자동차도 있는데 말이다.

 

엠페도클레스는 일단 철학자다. 당연히 이런 의문들에 의한 답도 준비해 놓았다.

 

엠페도 클레스는 4원소가 어떤 때는 사랑의 힘으로, 어떤 때는 미움의 힘으로 뭉치고 흩어지고 쌓이며 변화한다고 보았다.

 

가령 이런 말이다. 

 

나무는 물과 흙과 공기가 각각 2:7:1 정도의 비율로 있으며, 그것들이 사랑의 힘으로 뭉쳐 나무가 됐다는 식이다.

 

엠페도클레스에 의하면 사랑은 묶고 결합하는 힘이고, 미움은 흩어지고 분리되는 힘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중2병스럽긴 하지만... 그건 현대적인 사고일 뿐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서 옛날 사람들이 멍청했냐고 하면 결코 아니다. 

 

파르메니데스를 얘기할 때 말했지만 우리는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저 시대의 기술로는 도저히 알 수 없던 지식들이 산재해 있었을 테니 겸허히 이해하자.

 

아니, 이해해야 한다.

 

도덕이니 양심이니 시민이니 하는 우리에게 지극히 당연한 개념들도 사실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엠페도클레스에 대해선 이 정도만 알면 충분하다. 충분히 아는 척 할 수 있다.

 

철학사에서 중요한 건 그가 4원소설을 맨 처음 주장했다는 것 정도이다.

 

정작 4원소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건 후대의 아리스토텔레스이니 그때 알아볼 수 있으면 다시 알아보자. 

 

여기서 포스팅 끝낸다. 

 

아 3줄 요약을 깜빡할 뻔했다.

 

3줄 요약

 

1. 엠페도클레스는 2세대 철학자들의 대립을 중재하고 나선 철학자다~

 

2. 세상 모든 것들은 물 불 흙 공기가 사랑과 미움의 힘으로 뭉치고 흩어지며 만들어진다~

 

3. 4원소설을 처음 제창했다는 것에 철학사적 의의가 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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