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할 책은 고우영의 십팔사략이다. 두둥!
아주 예전에 다 읽었던 건데... 새로 읽은 것만 포스팅 하자니 내 독서 이력이 아깝다.
그리고 고우영은 믿을만한 작가다.
예전 기억을 되살려서 리뷰하고, 또 우리 척척이들에게 소개하고 추천해도 좋을 작품이다.
여기서 잠깐! 리뷰 하기 전에 잡설 좀 늘어 놓겠다.
첫 번째!
지금 이 순간부터 블로그의 포스팅을 읽는 여러분들을 척척이라 부르겠다. (아는 척이라 척척이다. 역시 내 센스란.)
왜 갑자기 지랄을 하느냐?
일단 내 블로그는 설명하는 글이 많다.
계속해서 '여러분'이나 '사람들' 혹은 '우리들' 같은 호칭으로 부르기 좀 불편하다.
사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유튜브 보니까 다들 팬들 호칭 정해주더라.
부러워서 나도 만들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키지 않아도 별 수 없다.
이 시간부로 내가 명명한다. 당신들은 이제부터 척척이다.
두 번째!
척척이들에게 고백하자면 나는 한때 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다.
이건 또 갑자기 무슨 지랄이냐?
그냥 들어라. 고우영 만화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니까.
자. 내겐 아주아주아주 많은 취미가 있고, 그림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보통 어떤 일에 빠져들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하는 성격이다.
음악도 하나에 꽂히면 하루건 한 달이건 그 음악만 듣고, 음료수도 한 종류에 꽂히면 몇 달 몇 년을 그것만 마신다.
뭐 내 취향에 대해선 각설하고, 아무튼 고우영은 명작가이자 명화백이다.
이 말을 왜 하느냐면...
사실 예술계에는 나름의 급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급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벌써부터 반발심이 드는 얘기인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어야겠지만 현실에는 분명히 있고,
남녀의 차이가 없어야겠지만 현실에 분명히 있는 것처럼.
개인이 어떤 지향점을 가지느냐와 현실은 별로 관계가 없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냐면 그림쟁이들 사이에선 만화를 업신 여기는 풍조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냥 잠시 그림 몇 장 깔짝거리고나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나는 커미션을 받고 그림도 팔아 봤고, 환쟁이들이 모인 행아웃이나 디코에서 몇 달 동안 여러 사람들과 화면을 공유하고 떠들며 작업하기도 했다. 단편 만화도 그려봤다.(한 50페이지 정도)
확실히 그렇다. 만화는 일러스트나 회화보다 천대 받는다.
애니메이션이 드라마보다 천대 받고, 드라마는 영화보다 천대 받는 것과 비슷하다.
또 소위 순수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고전을 높게 치고, 웹소설이나 라이트 노벨을 아류 취급하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나는 예술성이 곧 대중성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깊은 사유를 했지만 여기선 다 적지 않겠다. 리뷰 카테고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급 나누지 말라 이 말이다.
개인적으로 글도 써 보고, 그림도 그려 보고, 만화도 그려 본 입장으로 말하자면.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스토리와 지문과 컷 나누기까지 신경써야 하는 만화 쪽이 훨씬 더 어려웠다.
아, 더 쓰고 싶다.
내가 사유한 것들을 전부 상세하게 적어서 우리 척척이 여러분들을 설득하고 또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지나치게 지난한 얘기가 될 것 같아서 리뷰로 다시 넘어간다.
결론은 고우영 짱짱맨이라는 것. ㅎㅎ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리뷰 한다.
가슴 웅장해지는 세트다.
척척이들 중에서도 연배 지긋하신 분들은 아마 봤을수도 있다.
안 봤어도 이름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 척척이들에겐 아마 생소할 것 같다. 저게 뭐지? 성인 만화인가? (사실 성인 만화 맞음)
일단 십팔사략이란 증선지(曾先之)가 쓴 실제 역사 책 이름이다.
처음엔 나도 고우영이 지은 이름인 줄 알았다.
원본이랑 마찬가지로 삼황오제(중국 기원, 우리나나로 치자면 단군신화)부터 남송까지의 역사를 다뤘다.
참고로 1권만 봐도 이 작가가 얼마나 작품에 진심인 지 알 수 있다.
무려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십팔사략에 나오는 역사적 유적들을 직접 방문한 것.
루트도 만화로 그려져 있고 만화 중간중간 계속 나오는데 존경스럽다.
사실 역사를 만화로 그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 만화 그려본 적 없음.)
보통 우리는 창작물에 대해 흐린 눈을 뜨기 마련이다.
흐린 눈이 무슨 말이냐?
그러니까 무협 소설을 본다고 치자.
어? 화산 위치 정확히 여기 아닌데?
엥? 명교에서 땀 흘리면서 열심히 내공을 쌓아?
여러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눈을 흐리게 뜨고 본다.
어차피 창작물이고 판타지고 마법 세계고 이세계니까. 그냥 재밌으면 그만이다.
근데 역사와 관련된 창작물은 이게 또 쉽지가 않다.
눈을 시퍼렇게 부릅! 뜨고 틀린 고증이 있나 없나 시퍼렇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역사는 역사가 흘러감에 따라 계속해서 바뀐다.
eh카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완벽한 고증이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뭐, 완전 쌩 날조를 하고 선동을 하면 문제겠지만 사소한 고증 오류 같은 건 그냥 넘어가자.
책을 써내는 건 작가지 역사가가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고우영은 대단하다.
보통 역사에 대해 막연하게 '어렵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개괄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전체적인 흐름을 잡는다는 게 상당히 어렵다.
역사적 사건들은 이리 얽히고 저리 얽혀있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중국의 역사를 거의 다 꿰고 있는 편이라 술술 읽을 수 있었고,
또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시기겠구나 하고 읽을 수 있었다.
아, 몰라도 상관없다. 작가는 중요한 시기마다 이런 개괄성을 나타내려고 아주 직관적인 연표나 흐름 같은 걸 그려 놓았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리뷰 들어가 볼까.
미안하다. 시팔 사실 무슨 말 써야 될지 모르겠다.
급발진해서 미안하다.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를 건넨다.
근데 진짜 더이상 뭐라 리뷰해야 될지 모르겠다.
재밌었다. 재밌어서 정신없이 이틀 만에 10권 독파했다. 지문 하나도 안 빼 놓고 다 읽었다.
사실 이게 끝이다. 그리고 이게 작가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라는 걸 나는 안다.
작가의 스타일이나 작품의 특징 같은 건 다 초한지 리뷰할 때 적었다. (https://gongja.tistory.com/13)
같은 작가가 같은 스타일로 그려냈는데 다른 말이 나올 수가 없다.
그냥 재밌으니 봐라.
참고로 4권이 찐이다. 시황제 편.
특히 시황제를 암살하려는 장면은 고우영 작가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컷을 나누지도 않고 그냥 페이지 전부를 할애해서 썼는데,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스포될까봐 그림은 따로 첨부하지 않겠다.
근데 어차피 다 알지 않나. 진시황의 최후에 대해선?
그보다 나는 왜 갑자기 진득한 구어체로 포스팅을 하고 있지?
답은 간단하다. 취해서 그렇다.
미생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취해있지 마라.
아 그러고 보니 잔인한 장면이 좀 많이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척부인이라든가, 척부인이라든가...
근데 솔직히 여태후 이년 어떻게 사람으로써 그런 행위를 할 수가 있었지?
사람 팔 다리를 잘라내고, 코 자르고 눈 귀 지지고, 돼지 우리에 넣고 똥 먹이고...
여태후 니가 사람이냐? 어?
물론 귀족이었다가 어느 날 유방을 본 관상가의 설레발 때문에 당시에 깡패, 한량, 불량배, 백수, 병신 유방이랑 결혼한 건 인정해 줄 수 있다.
그 뒤에 힘든 시집살이 하고, 항우에게 포로로 잡히는 등 갖은 수난을 겪은 것도 알겠고,
군대에서 도망친 유방 쫓아다니면서 온갖 궂은 일과 뒤치다꺼리 한 것도 알겠고,
그 뒤에 유방이 간신히 입신해서 이제 좀 어깨 떵떵거리고 사나 했는데, 유방이 성공한 뒤에 뒷바라지한 여태후를 개무시하고 척부인만 예뻐한 것도 알겠고,
척부인이 유방을 등에 업고 대놓고 무시하고, 욕보이고, 조롱해서 기분 나쁜 것도 알겠고,
말년에 유방이 한신을 죽이는 등 온갖 병신 짓거리를 한 것도 알겠고,
심지어는 여태 뒤치다꺼리 한 자기 아들보다, 척부인의 아들을 황태자로 세우겠다고 말해서 심사가 뒤틀린 것도 알겠...
어? 적어 놓고 보니 그냥 유방이 개새끼네...
끗-
3줄 요약
1. 고우영은 믿을 만한 작가다.
2. 믿을 만한 작가는 적어도 졸작은 내지 않는다.
3. 이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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