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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채만식 이상 이호석 이태준 정비석 염상섭 빠른 리뷰

by 공자-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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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리뷰 들어간다.

빠른 리뷰는 리뷰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까 역시 이번 포스팅도 반말체로 간다.


채만식 - 치숙




사회주의 붐이 일었을 때의 사회를 재밌게 그린 작품.

여타 고전과 다르게 대부분이 대화 형식이라 가볍게 술술 읽힌다.


멍청하지만 순박하고 착실한 주인공과 대학을 나오고 소위 말해 좀 배웠다는 놈의 대립이 재미 요소이다.

이 대학물 먹은 아저씨의 한 마디가 와 닿는다.

"마누라는 물론 처음에는 고통이었겠지만 이제 나를 돕는 것이 그녀의 행복이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매일 술을 마시니까 단기성 치매가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정확한 대사가 기억이 잘 안난다 아무튼 비슷한 대사였다.

아무튼 상당히 공감가는 대사다. 

 

이런 말들은 고전 작품에서 상당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달과 6펜스의 경우에도 주인공이 원주민 여자에게

 

"나는 가끔 밥상을 엎고 당신 뺨을 때리거나, 벨트를 풀어 채찍을 내리칠 수도 있소." 라고 말한다.

 

(정확한건 아님 암튼 비슷한 말이었음)

 

여자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당신이 그 정도 행동도 하지 않으시면 저는 당신이 저를 사랑하고 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어요?"

고통과 쾌락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인간은 자존감을 채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정신이 썩어버린다. 

 

그리고 타인을 돕는 일은 자존감이 상당히 올라가는 일이다. 아마 그런 심리가 아닐까.

 

 


이상 - 날개




하여튼 이 당시 한국 문학이 꼴뵈기가 싫은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의 양반 문화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와서 그렇다.

 

놀고 먹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물심양면 보필하는 어리고 순박한 여성이 항상 등장한다.

아마 이런 문화 때문에 페미나 스윗 한남들이 생기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문학이라는 게 전부 이런 설정을 가지고 있었으니, 읽고 자란 남자들 입장에서는 여자들에게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을 자연스레 가지게 됐을 것이다. 

 

여자들은 피해망상을 가지게 됐을 거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ㅎㅎ)

 


본론으로 돌아와서 소설 얘기를 하자면 사실 꽤 재밌다.

약간 중2병에 걸린 것 같은 주인공이 하는 생각들은 남자라면 한번쯤 해봤을 법한 현학적 고찰들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사유 과정이 아주 찬찬히 시선에 따라 전개돼서 읽기도 편하다.


그보다 옛날 교과서에서 본 것 같은데 아내는 왜 아달린을 주었을까라는 질문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근데 이거 아달린 준 거 맞음? 그냥 착각 아님? 누가 답변 좀.

 

당연히 해석을 찾아볼 생각은 없다. 

 

모르겠으면 그냥 모르는 채로 남겨 두는 게 좋다.

 

그럴 일은 잘 없지만 어느날 살아가다 문득 작가의 마음을 알게 됐을 때 만큼 신나는 일이 없다.

 

그러니 타인의 해석은 보지 않겠다. 근데 마누라 진짜 아달린 준 거 맞음?




이호석 - 산 , 메밀꽃 필 무렵

 



-산.

이보세요 호석씨, 산 속에서 호젓한 삶을 구가하고 싶은 이유야 알겠지만 묘사가 너무 지루해요.

글이 줄줄 늘어진다 이 말입니다.

우리는 산 속 풍경을 텍스트로 전해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이 말입니다. 전개 좀 빨리하세욧!

 

그냥 무난- 한 이야기. 딱히 특이할만한 사항이 없다.


-메밀꽃 필 무렵

허생원과 동이의 절절한 사랑이야기. 여러 번 읽었지만 딱히 감흥 없다.



이태준 - 밤길 , 토끼이야기



-밤길

순수재미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

그야말로 한 호흡에 주르륵 읽히는 단편이다.

작가는 시종일관 간결하고 덤덤하게 상황을 풀어나가지만 그 속에서 애환을 느낄 수 있다.


그나저나 이 시절 한국의 시대상은 조금 싸이코패스 같은 면이 있다.

없이 살 거면 애 좀 낳지 말라는 교훈을 강하게 주는 이야기다.


-토끼이야기

여태 본 것 중 가장 재밌음.

이 작가는 독자를 배려할 줄 아는 게, 가독성도 좋거니와 다른 작가들과 달리 재밌고 신선한 소재로 스토리를 구성함. 

 

플롯이 기가 막힘.

시대적으로 돈 벌려고 아둥바둥하는 내용이야 비슷하지만 여타 작품들처럼 구질구질하게 줄줄 몇 십페이지를 징징대지는 않음.


특히 이 소설은 결말이 너무 좋았음.

아내의 더럽혀진 손.

뭔가 시큰한 감정이 느껴지게 만드는 결말.

여성의 순수함이라는 것이 천천히 사라지다가 마지막에 결국 피를 보고야 마는, 현실에 순응하고야 마는 그 과정을 재밌는 스토리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


근데 머 그렇게 비참한 일도 아니지 않나 생각해본다.

닭 잡고 생선 손질하는 것과 그리 차이가 있지도 않을텐데.

결국 귀여움의 문제다.

바퀴벌레를 죽이는 것과 고양이를 죽이는 것의 차이 말이다.



정비석 - 성황당



숨겨진 보석같은 작가다.

 

이 단편 집에서는 이 작품 하나 건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소설에 대한 내 편견을 완전히 부숴줬다 히히힝.

순이... 내랑 꺼정 가디 않갔어... 데리고 살고 싶디.. 꼬까옷도 줄테니께 히히힝

긴상 나쁜놈... 점단티 못허고 말이디. 쌍 개같은 놈아 현오를 뇌게 두란 말이야.

접동접동 해오라기 접동 처량히 우는 접동새.


작가는 신인가?

시대를 앞질러 갔다고 생각한다.

영미 해체주의, 구조주의, 포스트 모더니즘, 심지어 NTR 요소를 다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가슴 저릿한 순애물이다.

 


깊은 사유를 통한 글은 글 자체에서 작가의 사유가 드러난다.

 

글이 아무리 가벼워도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몇 문장만 봐도 안다.

 


문제는 얕은 사유를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순간 처음의 사유마저도 보잘 것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그게 함정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글의 본질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

글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아무튼 순이 너무 사랑스럽다.

 

현오가 으름장 놨을 때 눈물이 고였다. 멋진 작품이다. 하 순이야... 내랑 살디 않것어.....



염상섭 - 임종 , 두 파산



-임종

죽어가는 자를 담담히 관찰하는 시선.

근데 표본실의 개구리도 그렇고 이 작가는 내면묘사나 그닥 필요없어 보이는 행동묘사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문체까지 딱딱한 벽돌체에 전개도 느리다.

 

스토리 자체도 단조롭고 인물들이 속한 공간 변화도 거의 없으니 사실상 독자에게 고역을 치르게 한다.


-두 파산

이것이 제로섬 게임?

아따 계산하기 힘들다. 

 

일할 오푼의 빚을 나누고 뭐 권리를 양도하고 난리 부르스를 친다.

그래서 결국 총 이자와 지불해야할 금액이 얼마인지 계산 좀 해주실 분 급구.


이 작가 작품 중에 가장 가벼운 작품이 아닐까 한다 꽤 재밌었다.


아무튼 독하고 나쁜 채권자도 결국 다 사정이 있다 이 말이야.

세상에 사연 없는 놈이 어딨누?

버기도 사스케도 아이젠 소스케도 다 기구한 사정이 있단 말이다!


빠른 리뷰 마치겠다.


성황당은 꼭 읽어라.

김유정의 동백꽃에 버금가는 명작이다.

두 번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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