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돌아온 빠른 리뷰.
역시 설명할 시간도 부족하니 빠르게 리뷰 들어간다.
서기원 - 암사지도
이 시대에 스와핑, 3p라니 일단 소재가 재밌다.
다만 앵글이 집 마당에서 내내 벗어나질 않아서 좀 지루하다.
성(性)이란 가장 쉽게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빨리 몰입이 식어버리는 장치기도 하다.
나는 라이트노벨 세대다. 그래서 알 수 있다.
가령 2D 장르에 환장하는 어떤 부류들은 히로인이 비처녀로 밝혀지는 순간 애정이 팍- 식어버린다.
장담하건데 다 비슷한 심리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어떤 여자 아이돌 멤버에 환장하던 팬이.
그 아이돌이 다른 인기 아이돌과 연애한다는 사실을 들켰을 때 애정이 팍- 식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처녀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물론 농담이다. 진짜임. 나 꼰대아님;;
그나저나 중반까지 흡입력은 좋았는데 후반에 좀 무너진 것 같다.
특히 셋이서 말다툼 하는 장면에서 몰입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어쩌면 이건 정말로 단순히 언어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굿바이! 신사 여러분들이여!>와 같은 대사는 도저히 실제로 입에 담지 못할만큼 어색하다.
이 장면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항마력이 딸린다.
그나저나 윤주는 도대체 얼마나 이쁘고 요염하길래 두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하지만 어림도 없다 여긴 한국이다.
시대와 장소를 잘못 타고난 팜므파탈은, 그저 잘 팔리는 창녀에 불과하다.
총점 ★★☆!
박경리 - 불신시대
시대상을 잘 표현했다.
예전에 중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불교가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는 아니지만 어찌됐든 그들은 세속에서 벗어나 신선처럼 살아가며,
또 속세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가르침을 전파한다.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곁에 있는 신불 같은 느낌이랄까.
다만 그것도 먹고 살만할 때의 얘기다.
배를 곪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시주와 공양이 천박한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것도 그 이유다.
가장 서글픈 점은 그 행위를 하는 당사자와 더불어 그 행위를 보고 듣는 사람의 인간성마저 전락한다는 점이다.
주인공 조형을 잘 한 것 같다.
생각에 몰입이 잘 된다. 중2병에 걸린 사람이면 더욱 그럴 것 같다.
더러운 꼴을 다 보고난 후 주인공의 최후 대사가 와 닿는다.
"그렇지 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지.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총점 ★★★☆
강신재 - 젊은 느티나무
소설 자체는 그냥 여류 작가의 흔한 로맨스물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당시 시대 상황으로 보자면 이 근친인듯 근친아닌 근친같은 소재가 참신한 것 같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글쎄.
그럼에도 서정적인 묘사가 좋았다.
세심한 심리를 이질감없이, 납득이 갈 만큼의 설득력을 가지고 묘사해나간다.
특히 이 작가는 글이 참 매끄럽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고전을 보면 이 매끄러움이 부족한 경우가 꽤 많다.
문단 사이가 서로 멀게 느껴지고, 갑자기 맥락이 툭툭 끊기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이 작가는 그런 단점이 없다. 모든 문단과 문장이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고 있다.
사이가 좋으니 보기에도 편하다.
역시 마지막 대사가 인상에 남는다.
"아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다."
총점 ★★☆!
선우휘 - 반역
흔치 않은 3인칭 소설이라는 점에서 가산점.
왜 가산점을 주냐면 3인칭은 기본적으로 전개가 빠를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가령 그리스인 조르바가 그런 경우다.
J에 관한 얘기인데 J는 신기한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얼핏 보면 이중적이기까지 하다.
어렸을 때 J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음, 나도 잘 모르겠어'의 주체는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대장의 말을 듣고 탈영한 건 그야말로 소설의 제목처럼 반역을 위한 반역이다.
나중에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데, 약간의 스노비즘이 엿보이기도 한다.
뭐 결과는 천성으로 마무리 되기는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아이와 함께 있는 장면에서 작가의 의도가 살짝 궁금해지긴 했다.
아무리 옹골찬 포부나 기개를 가진 사람이라도 현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뭐 의도를 해석하는 취미는 없으니 미결로 남겨두겠다.
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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