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리뷰가 돌아왔다.
빠른 리뷰는 잡설할 시간도 부족할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바로 시작한다!
손창섭 - 혈서
전후 세대인 젊은이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소설인 것이었다.
선요약하자면 이 시기에 등장했던 전형적인 한국 소설인 것이었다.
작가는 끊임없이 암담하고, 비루한 인간상을 조명하는 것이었다.
이게 참... 소설이란 아무튼 그런 것이다.
이 작품으로 한국 문학을 처음 접했다면 나는 전혀 다르게 평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호평했을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본 모양인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게 있는 것이다.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라는 것.
맞는 말이다. 세상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살아가는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소설도 많이 보면 볼수록 다 비슷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여자도 마찬가지고 남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연애가 재미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 작가, 인물 조형은 아주 잘한 것이었다.
달수와 준석이 티키타카가 기가막히는 것이었다.
근데 이 작가 도대체 왜 이런 문체를 고집한 것이었을까.
20페이지 내내 어미를 '~것이었다.' '~것이다.' 가끔 '~모양이다.' 로 조져버리는 것이었다.
심한 경우 한 페이지에 것이었다를 20번 넘게 쓰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냥 모든 서술의 어미가 것이었다인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작가의 문체는 내 평가 항목이 아닌 것이었다.
정말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이건 좀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었다.
도무지 글에 집중이 안될 정도였던 것이었다.
한줄 평 ★★
'전쟁 직후의 다양하고, 그러나 한결 같이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병신들의 유쾌한 하숙 생활.'
근데 창애 이쁜가?
정한숙 - 정황당인보기
한숙이 형님, 제발 한자 병기 좀 그만하십쇼.
글의 초반부는 몰입의 단계 아니겠습니까.
한 페이지에 전문적이어야 알 수 있는 한자들을 몇 십 개씩 써 놓으시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형님.
뭐 사실 짧은 글이라 후다닥 읽기는 했지만 아무튼 양해 좀 해주십쇼 예?
스토리는 잔잔하다. 전후 소설 답게 시대를 초상하고 있다.
주인공이 흔히 떠올릴만한, 지금 말로 치자면 씹선비인데 인물 조성을 잘 해서 후반부는 몰입이 잘 된다.
분량이 짧은 게 좀 아쉽다, 그리고 짧은 분량 중에 전문적인 용어를 너무 많이 남발한 것도 아쉽다.
한국 소설 중엔 흔치 않은 시점 변환이 흥미로웠다.
★★
이호철 - 나상
어? 이것 봐라? 상당한 수작.
짧지만 임팩트 있다.
이 시기 한국 소설 중에 액자식 구성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다. 단순히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가?
바보 병신 형이 등장하지만, 오히려 동생 쪽이 병신처럼 소설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한 쪽이 전혀 말을 하지 않음에도 상황 묘사로 동생의 심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작가는 마지막 쯤에 자신의 분신을 등장시킨다.
둔감한 것에 대해 말하는 데,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알겠지만 역시 대사가 아주 옛날 말투라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튼 작가의 분신이 지껄인 것들은 통념에 반하는 사상이다.
그리고 나는 작가의 이런 관점에 아주 동의한다.
요컨데 둔감함이나 우둔함 같은 것들은, 작가의 말대로 표준에서 벗어난 것일 뿐이다.
여기서 표준이란 사회의 다수가 지정한 것일 뿐이고.
형은 바보 병신이었지만 사실 누구보다 다정했고, 동생은 속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동생은 표준에 의거해서 민감하다든가 우아하다든가 교양이 높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표준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작가가 꽤 사유한 것 같다.
그보다 좋은 소설은 확실히 표현부터 뛰어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표현이란 익살스럽고 지극히 시의적절하게 쓰인 단어나 문장들이다. 배치도 포함이다.
한 구절 들고와 봤다.
'형은 좀 둔감했고, 위태위태하도록 솔직했고, 결국 좀 모자란 축이었다.' 이 문장이 가장 좋았다.
다음에 내 글에 써먹어야겠다. 호철이형 땡큐
총점 ★★★☆
장용학 - 비인탄생
아무래도 이 시절, 작가들 사이에서 한자 병기가 유행이었음이 틀림없다.
소설의 한 페이지를 옮겨 보겠다.
하늘은 황금의 음향(音響)속에서 시뻘건 태아(胎兒)가 꿈틀거리고 있는 정밀(精密)에 짙어가고 있었다.
해면(海綿)처럼 지상(地上)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밤의 질서(秩序)를 베어내는 진통(陳痛), 화석(化石)된 그 아우성이요. 참회(懺悔)와 환락(歡樂)이 서로를 찬미(璨美)하는 향연(響宴)이기도 하였다.
용학이 형님? 진짜 뒤지실... 아니 물론 농담입니다. 이해해주십쇼. 이게 젊은 세대의 글쓰기 감성입니다. 헤헤.
아무튼 글 대부분이 이런 식이라 솔직히 보면서 약간 어지러웠던 건 사실입니다 형님...
뭐 병기가 나쁜 건 아니고, 그 시대에는 까막눈인 사람들이 많았을 테니 어쩔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다만 현대에 발행할 때에는 굳이 병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작가의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작가의 사상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이제는 당연한 단어들조차 전부 병기하는 건, 독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일단 한 번 비호감이 돼버리면 글 자체를 똑바로 바라보기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뭐 전부 개인적인 견해다.
작품 자체는 그럭저럭이다.
전후 소설 답게 아픈 어머니와, 정신이 병든 주인공과, 비루한 여인네들과, 나쁜 일본놈들이 한바탕 뒹군다.
장소 이동이 그닥 없고, 주인공의 사유가 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좀 답답한 면이 있다.
형이상학적 고찰은 본인에겐 매우 즐겁지만 타인이 글로 볼 때는 단연 지루하기 일쑤다.
주인공의 고찰 도중에 각종 묘사들이 이어지는데,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 이 작가 약간 스노비즘에 빠져 있구나.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은 멋져 보인다. 단어 자체에 권위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읽기는 더 어려워진다. 스티븐 킹이 괜히 "쉬운 단어를 쓰는 일을 주저하지 말라"고 말한 게 아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다.
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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