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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 정리

소피스트 - 카리나가 진짜 예뻐? (2)

by 공자-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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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난 시간에 이어 (https://gongja.tistory.com/31) 본격적으로 소피스트들에 대해 말해보겠다.

 

우리는 이제 소피스트가 '토론에서 지지 않는 방법을 전수해주는 지식인 집단' 이라는 사실과,

 

또 왜 그런 집단이 그리스에 들어오게 됐는지, 어째서 필요한지까지 전부 알게 됐다. 

 

본격적으로 소피스트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선 소피스트들의 직접적인 저서가 거의 없다는 점부터 말해야겠다.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을 뽑자면 보통 이견없이 플라톤을 뽑는다.

 

왜냐하면 플라톤 이 양반은 책을 더럽게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라톤의 정신적 지주는 소크라테스였다. 당연히 좋게 저술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소피스트의 철학도 거의 플라톤의 책에서 발췌하는 부분이 많다.

 

참고로 소피스트들은 플라톤의 정신적 지주인 소크라테스와 크게 대립하는 그룹이었다.

 

당연히 플라톤 눈에 고깝게 보였을 리 없다. 

 

아마 현대에 소피스트가 흔히 '궤변론자' 정도의 이미지로 알려진 것은 이런 이유가 클 것 같다.

 

뭐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프로타고라스 (BC 490~ 410) . 최초의 소피스트.

풍성충..;

이미 위에서 말했다시피 소피스트들의 기록은 많이 없다.

 

프로타고라스에 대한 썰은 여러가지가 있다. 

 

수업료가 더럽게 비쌌다느니, 실컷 가르친 제자가 뒤통수를 쳤다느니 하는 썰들.

 

내가 보기에 다 필요 없고, 그냥 프로타고라스는 딱 한 마디만 알면 된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 -프로타고라스

 

고작 8음절이지만 안에 담긴 뜻은 훨씬 넓다고 할 수 있다.

 

이건 상대주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자연철학자들 편에서, 그들이 세상을 이루는 요소를 여러가지로 정의했던 걸 떠올려보자.

 

물, 불, 씨앗, 원자 등등 수 많은 이론이 존재했다. 

 

그리고 프로타고라스는 "그게 다 뭔데? 어차피 진실은 알 수없다. 그것들은 각자가 멋대로 세상을 해석한 것 뿐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주의

 

상대주의. 이것 참 중요한 단어다. 특히 소피스트를 얘기하자면 가장 핵심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 전에 먼저 소크라테스에 대해 잠깐만 얘기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소크라테스에 대해선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했던 철학자 아냐?"

 

"4대 성인 중 한 명이잖아."

 

혹은 더 깊게 아는 사람은, 소피스트들과 대립했던 철학자라거나, 못생기고 악처를 둔 철학자라는 사실도 안다. 

 

한 마디로 유명한 철학자다. 

 

그리고 소피스트의 철학이 저평가 받는 이유는 이런 소크라테스와 반대 노선을 탔기 때문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테스형은 절대주의자였다. 진리, 악, 선과 같은 개념들을 고정되게 보았다는 말이다. 

 

반면 소피스트들은 상대주의자들이었다. 그런 개념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 근데 듣다 보면 왠지 소피스트들의 주장이 훨씬 납득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사실 현대인들이 더 가치있게 여기는 개념은 소피스트들이 주장했던 상대주의다.

 

예전에 찍어둔 댓글 캡쳐를 통해 예시를 들어보겠다.

 

참고로 지하철에서 흑인 여자가 아주 크게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다.

 

 

딱 봐도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척척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위 사안에서 저 행위가 불법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A쪽은 버스킹이 소음이며 민폐에 가깝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B쪽은 노래가 듣기 좋으며, 불법도 아니니 민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것이 상대주의다. 

 

같은 노랫 소리가 누군가에겐 소음으로, 누군가에겐 좋은 소리로 들린다는 말이다.

 

그리고 소피스트는 A와 B 어느 쪽이 옳은지 그른지는 정해져있지 않으며 각자의 생각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만약 재판정이었다면 A나 B중 더 많은 수임료를 받은 쪽에 서서 그쪽이 옳다고 변론했을 것이다.

 

선정적인지 아닌지 아주 애매해.

아무튼 이런 애매한 사안들에 대해 현대인들은 보통 상대주의적 관점을 채택한다. 

 

네 의견도 맞고 내 의견도 맞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르다. 케바케다. 사바사다 등등...

 

그야말로 개인이 만물의 옳고 그름을 정하는 척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프로타고라스의 사상에 쉽게 반박할 수 없다. 

 

굳이 저런 상황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형이상학적 개념에 대해서도 현대인들은 상대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말이 케바케나 사바사 같은 말이다. (사실 개인적으론 이 두 가지는 상당히 비겁한 말이라 생각함.)

 

위 단어들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이런 상대적인 관념들이 아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은 사실 당연하지 않다. 

 

모두가 당연히 상대적인 관점을 인정하고 있다면, 아니 적어도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면 세상에 일어나는 수 많은 갈등을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그런 갈등이나 위의 사진처럼 다툼을 보고 있자면...

 

현대인들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아주 미묘하게 상대주의를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그것을 완전히 체화시키지는 못했구나하고 느껴진다.

 

애초에 상대의 관점을 그냥 다른 것이라 인식하면 싸울 이유의 대부분은 사라진다.

 

프로타고라스의 명언은 바로 그 점을 상기시켜준다.

더보기

하지만 상대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예컨데 절도가 나쁘다는 건 수 많은 개인이 '절도가 나쁘다'라는 인식을 가진 채, 그 인식이 관습과 법으로 굳어져서이다.

 

어떤 A는 절도가 전혀 나쁜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여기서 절도라는 행위의 옳고 그름이란, 더 많은 쪽의 의견이 합치하는 것이 옳은 것이 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바로 이 민주적인 투표로 인해 사형당했다.

 

무엇이 옳은지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기 마련이다.

 

상대주의는 결국 세상 모든 것들에 절대적인 도덕과 윤리, 선과 같은 가치들을 죄다 무용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 가치들이 확립되지 않은 사회는... 물론 존속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 그리 살고 싶은 사회는 아닐 것 같다.


 

예... 프로타고라스는 이만하면 됐습니다. 뭐 애초에 기록도 거의 없구요.

 

아, 제자의 수강료 역설이 재밌으니 한 번 찾아보시구요. 

 

마지막으로 왜 제목에 카리나로 어그로를 끌었느냐?

 

사실 어떤 유투브 댓글에 이 아이돌 그룹이 더 예쁘니, 저 아이돌 그룹이 더 낫니 하는 싸움을 보고 번뜩여서 써 봤습니다.

 

여기까지 쭉 따라오신 분이면 제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이제 아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진정으로 타인을 인정하십쇼. 어느 누군가 카리나에게 못생겼다고 지적해도 그냥 인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가치관이나 심미안을 인정해야만 자신의 가치관도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의 가치관은 결코 인정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은 옳다고 징징거리는 댓글이 꼴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지적합니다. 그건 이중적인 마음가짐입니다. 지양하십시오.

 

포스팅 끝내겠습니다. 

 

아니, 마지막으로 괜히 카리나 사진 한 번 더 올립니다. 딱히 팬은 아닙니다.

포스팅 끗- 

 

3줄 요약

 

1. 최초의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명언을 남겼다~

 

2. 이건 상대주의적 관점을 나타내는 말이다~

 

3. 현대인들은 유독 넷상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많이 보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항상 화가 잔뜩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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