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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대학살의 신. 남녀 갈등과 PC주의

by 공자-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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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건 영화를 보고 난 직후 리뷰를 쓰는 것이겠지만, 일단 카테고리에 뭐라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나마 가장 최근에 본 영화로 첫 리뷰 포스팅 시작한다.

 

 

 

나는 스포를 아주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막상 리뷰를 하려니까 스포없이 어떻게 리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굉장히 고민이 된다. (현재 텅 빈 화면 앞에서 10분간 생각중)

 

하지만 고민해봤자 뭐하겠나.

 

그냥 시원하게 스포건 아니건 일단 적고 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차피 스포를 해도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은 안 볼거니까. (반박시 내 말 맞음.)

 

 

일단 영화를 관통하는 큰 스토리는 한국의 관용구로 요약할 수 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

물론 영화는 애들 싸움에 비중을 두지는 않고 그로 인해 유발된 어른 싸움에 조명을 맞추긴 한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해 보겠다.

 

A학생이 B학생에게 상해를 입힌 것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한국이었어도 '너네 아이는 가정교육이 어쩌구...' '부모가 교육을 저쩌구...' 라고 할 법한 상황이다.

 

외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B학생의 부모는 A학생의 부모를 불러 따진다.

 

이후 B의 학부모의 집에 양 쪽 부부가 모이게 되고, 그 장면에서 프레임이 벗어나지 않고 쭉 머물며 진행된다.

 

 

공간은 영화 내내 바뀌지 않지만 다툼의 양상은 시시각각 미묘하게 바뀐다.

 

다툼의 주인공인 A와 B의 학부모들, 그러니까 총 네 명의 어른들은 아주 다른 성격이다.

 

내가 보기에 감독은 이 네 사람의 구조를 치밀하게 구성한 것같다.

 

 

피해자B의 경우.

 

어머니는 예술과 교양을 중시하는 이른바 깨어있는 여성이다. 

 

다만 지적 허영심이나 허세가 좀 있는 편이다.

 

B의 아버지는 잡화상 일을 하며 본능에 충실한 곰 같은 남자이다.

 

 

반대로 가해자A의 경우.

 

어머니는 세련되고 꾸밀 줄 아는 여성이다. 전형적인 바쁘게 살아가는 뉴욕의 커리어 우먼상. 

 

아버지는 자신의 변호사 일밖에 애정할 줄 모르는 남자이다.

 

이 남자의 경우 영화 내내 대화의 맥을 끊으며 전화를 주고 받는데 보는 사람도 짜증이 날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처음에는 여자들의 미묘한 기싸움, 남자들간의 서열 다툼등으로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된다.

 

성격과 취미가 전혀 다른 두 여자와 두 남자는 각각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반부에선 그 관계가 미묘하게 조금씩 어긋나며 서사를 더해간다.

 

처음에는 서로의 성격 차이가 다툼의 원인이었다면, 후반에는 성별로 인한 차이가 다툼의 원인이 된다.

 

스토리는 이게 끝이다. 

 

스포 안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겐 두 가지의 상반된 본능이 내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성에 대한 본능과 감성에 대한 본능이 그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영화에 빗대어 말해보겠다.

 

일단 교양을 중시하고 학구열을 발휘하는 일은 이성적 본능에 가깝다.

 

지식을 향유하는 건 아무리 봐도 감성적인 부분과는 멀어 보인다.

 

인간은 귀찮은 일을 하기 싫도록 설계 되어 있다.

 

두 번째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귀는 일은 지극히 감성적인 본능에 가깝다.

 

물론 이성적으로 타인과 사귀는 사람도 있다. 

 

물질적 필요성이나 정신적 필요성에 의해 사람을 사귀는 부류가 그렇다.

 

가령 부자 옆에 붙어다니며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라는 관계나,

 

혹은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헌신적인 사람과 만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볼 때 감독의 의도를 추측해보는 일은 재밌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리뷰라는 형식 자체를 싫어하는 내가 리뷰를 찾아보는 건 오직 한 가지 경우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고 감명깊게 봤던 영화를 과연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시선으로 봤을까? 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나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 우리들에게 '서로 더 사랑하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이해와 믿음과 존중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바퀴벌레를 이해하고 믿고 존중하는 인간은 없다. 

 

바퀴벌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 

 

처음에 아무렇지 않았던 여자친구의 젓가락질이 어느 날부터 보기 싫어진다. 

 

이해할 수 없게 됐다. 짜증이 난다.

 

사랑이 식어서 그렇다. 

 

 

A와 B의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A의 부모는 내 자식에게 피해를 입힌 상대방 학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 리 없다. 

 

한편 B의 부모는 내 자식을 범죄자 취급하는 A의 학부모를 사랑할 수 없다. 

 

그래서 다툰다. 하지만 결국 서로 이해하게 된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알게 되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마침내 이해하게 된다. 

 

정확히는 이해가 될랑말랑... 될 것 같기도 안 될 것 같기도 한 그런...

 

뭐 순전히 내 해석일 뿐이다. 맞게 해석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해석에 맞고 틀리고는 없다. 그러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기자. 

 

 

고찰
휴... ㅆ발...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PC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는 금기시되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말해보겠다. 

 

반항하고 싶으니까.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 어느 작가가 그랬다. 삶은 반항이라고.

 

잡설은 넘어가자. 

 

사실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자신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있을 것이다? 아니 있다. 분명히 있다.

 

물론 그 폭력성이란 지나가는 여자를 마구 때리고 싶다든가, 길가의 동물을 발로 차버리고 싶다든가 하는 종류는 아니다.

 

그건 그냥 싸이코패스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영화를 보면서 거친 악역을 동경한다든가.

 

매력있는 악당들이 범죄에 성공하길 바란다든가.

 

혹은 액션 영화에서 남자가 다 때려 부수는 장면에서 희열을 느낀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사실 실제 현실에서도 남자들은 알게 모르게 폭력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남중 남고를 나온 남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학교에서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항상 다른 남자들과 자신의 서열을 정하고 싶어 한다.

 

그 서열이 애매할 때 남자의 경우라면 그것은 주먹질로 이어진다.

 

그리고 여자의 경우는 보통 은근한 기싸움으로 번진다. (반박해도 내 말 맞음.)

 

 

누구나 그렇게 짐승 같은 본능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차분하게 이성을 추구하는 본능 역시 존재한다.

 

자신이 좋아하게 된 분야를 파고 들어 더 알려고 하는 일종의 학구열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 본능들은 동시에 존립하며 서로를 견제하지만 결코 어느 한 쪽이 없어지지는 않고 그저 그 비율만 달라질 뿐이다.

 

이성2:감성8 이런 식으로. (근데 실제로 이런 비율을 가지고 있는 사람 만나면 좀 피곤함 ㅇㅈ?)

 

아무튼 나는 이 영화가 그런 두 가지 상반된 본능의 대립을 스크린 안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 잡설.

 

이 영화는 물론 미국에서 벌어진 가상의 일이지만 사실 현재 한국 사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자끼리 남자끼리 뭉쳐서는 다른 성별을 욕하는 것이 너무 똑같지 않은가?

 

내가 성악설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도 이런 부분에 있다.

 

인간은 나와 타인의 다른 점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그것으로 나와 남을 구분 짓는 일에 열성을 다한다.

 

남녀 문제라면 너는 자지가 달려있고 나는 없고.

인종 문제라면 너는 피부가 까맣고 나는 하얗고.

세대 문제라면 너는 늙었고 나는 젊고 같은 식이다.

(논리적인 추론으로 이 사람은 젊은 백인 여성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대충 봐서 그렇다.

 

거기서 조금만 더 자세히 타인을 관찰해 보면 사실 인간은 거의 다 비슷하다.

 

어떤 인간도,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말이다.

 

두 발로 걷고, 배고프면 먹고, 입으로 말하고, 항문으로 배설하고, 칼에 찔리면 아프고, 추우면 떨고...

 

우리는 나와 남의 99%의 공통점 중 고작 1%의 다른 점을 찾아서 구분지으려 애쓴다.

 

정 다른 점이 보이질 않을 때는 개성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따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남과 다른 옷을 입고, 남과 다르게 말하며, 남과 다르게 사고한다. (어? 이거 완전 내 얘기...)

 

근데 그러지 마라. 차이점을 볼수록 더 불행해지기만 한다. 

 

같다는 걸 인정해라. 같으니까 공감하고, 같으니까 사랑해라. 그럼 마음이 편해진다. 

 

물론 상대방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적절한 해결 방법이 없다.

 

그럴 땐 그냥 도망쳐라. 바보와는 토론하지 마라.

 

 

이 영화는 마지막에 사건의 발단이었던 아이들이 다음날 곧장 화해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아이들은 어제 싸웠던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곤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간다. (말하다 보니 스포했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솔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 만연한 남녀갈등이나 PC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을 보면 아이들처럼 솔직해지라고 말하고 싶다.

남자와 여자는 분명히 다르다.

 

아프리카 원주민과 뉴욕 시민은 분명히 다르고, 계급, 학벌, 지식 수준, 사상, 정치관 등 모든 사람이 당연히 다 다르다.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그냥 인정해라. 

 

동시에 같은 점이 더 많다는 것도 인정해라.

 

두 가지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이다.

 

차이점에 주목하지 말고 단지 사람대 사람으로서 만나라고 말하고 싶다.

 

리뷰치고는 너무 길다. 이만 끝내겠다. 

 

사실 좀 취했다. 왜 술 먹고 포스팅을 하게 되는 걸까. 

 

술 마시고 쓰면 솔직해져서 그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영화 리뷰이니만큼 간지나고 깔쌈한 한줄평은 빼먹을 수 없으니 쓰겠다.

 

 

대학살의 신 한줄평

 

"이해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적지근한 애정."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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